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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5월 일상사연 _ 정준호님(법률사무소 청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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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1회 작성일 20-05-0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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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일상사연 보러 가기 =>https://1391korea.net/bbs/board.php?bo_table=main_story&wr_id=333


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미 발생한 민·형사상 분쟁을 소송이라는 절차에서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송무 업무,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미리 막기 위해 의뢰인의 현 상황과 권리·의무에 관한 조언을 하는 자문업무가 있습니다. 그 외 등기·개인회생파산 등의 업무나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작성 업무도 함께 처리하고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처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많은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성적에 맞춰 진학한 곳이 법학과였습니다. 처음에는 법학에 무관심했습니다. 하지만 방대하면서도 논리정연한 학문 체계에 점차 매료되었습니다.

  졸업할 즈음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습니다. 그 때에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사법시험에는 제대로 도전할 수 없었지만, 졸업 이후 장교로 3년간 군 복무하며 돈을 모으면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도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습니다. 그래서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장교로 복무하면서도 그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급여 대부분을 대학원 진학을 위한 종잣돈으로 모았습니다. 전역할 때에는 대학원 3년간의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돈, 그리고 토익점수를 마련할 수 있었고, 그 해 LEET시험도 좋은 결과가 나와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3년간 긴장 속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법무법인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대우를 받으며 수준 높은 분쟁을 다루었습니다. 변호사 커리어로 만족스러웠으며, 특별한 불만은 없었습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삶이 정말 이런 것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를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그린 뒤, 그대로 살기 위해 퇴사하여 고향인 부산에서 개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일과시간 대부분은 재판 참석과 법원에 제출할 서류 작성에 사용합니다. 다만 재판 참석 외에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급하지 않은 일들은 일과시간 이후 혹은 주말로 미루고, 의뢰인을 만나 상담을 하거나 사건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획득하기도 합니다. 종종 일을 주말로 내팽개치고 지인들과 함께 식사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일탈을 맛보기도 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즐거움을 느낍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대신해서 법률·판례·논리로 판사님을 설득해야하는데,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정제된 용어와 체계적인 논리로  작성하는 시간이 긴장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판사님을 설득하여 의뢰인의 권리가 적절히 보호될 경우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더욱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종종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의뢰인 분께서 사건의 처리과정에 있었던 면담·조언·처리태도 및 노력 등을 충분히 인정해 주시고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때에는 사람을 얻었다는 생각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에 반하여, 여러 가지 이유로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이미 지급한 대가를 다시 되돌려달라는 무례한 요구를 스스럼없이 하는 의뢰인분들이 계십니다. 소송 과정을 충분히 알려드리고 소송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해드렸음에도 결과에 대해 극한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시고, 의뢰인분의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드렸음에도 계속해서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럴 때에는 사람에 대한 실망감을 숨길 수가 없고, 심한 경우 직업에 대한 회의감과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변호사가 되어 일을 해보니,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떤 분은 돈을 어떤 분은 명예를 어떤 분은 권력을 바라시지만, 저는 그것보다 사람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남기셨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제에게 일을 의뢰하시는 분을 단순히 돈벌이 혹은 밥벌이 수단으로만 치부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의뢰인분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분에게 억울함 없으며, 스스로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처리해드리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종종 이를 악용하여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저도 마음이 흔들리거나 실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는 것보다, 혹은 변호사직을 이용하여 더 많은 권력을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저를 변호사로 부르셨다고 생각합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자신의 일상을 공동체와 공유할 수 있고, 공동체도 공유한 일상을 아무런 선입견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그런 공동체 속에서 훈련받았고 신앙생활을 이어 갈 수 있었습니다. 잘못과 죄로 뒤섞인 악취나는 일상도 모두 받아들여주었고, 나눔 속에서 하나님의 뜻에 주목할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곳에서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좀 더 사람에게 집중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직원과의 관계, 다른 변호사님과의 관계,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같이 그들도 사랑해야겠다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일에 대해서 생각하며, 제가 법무법인에서 퇴사하고 개업을 준비하면서 했던 다짐이 떠올랐습니다. 개업을 한지 2년여가 지난 지금, 여전히 그 다짐을 추구하며 살고 있느냐 라고 자문을 해본다면, 뭔가 얼버무리고 싶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는 목적지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방향을 제대로 잡고 느리지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일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자가 되길 바라고, 일상 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 위의 질문들은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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